그런데 지금까지 종교(宗敎)는 내세를 찾기 위하여 현실을 부정하기에 필사적이었으며, 심령적인 기쁨을 위하여 육신의 행복을 멸시하기에 몸부림쳐 왔다. 그러나 끊어 버리려야 끊어 버릴 수 없는 현실과, 떼어 버리려야 떼어 버릴 수 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육신적인 행복욕(幸福慾)은 집요하게 도인(道人)들을 붙들어 오뇌(懊惱)의 골짜기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종교인들의 도(道)의 생활에도 이러한 모순성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모순성을 내포한 도인생활의 파멸, 이것이 바로 오늘의 종교인들의 생태인 것이다. 이와 같이 자가당착(自家撞着)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현대의 종교가 무위화(無爲化)한 주요한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제 종교가 이와 같은 운명의 길을 가게 된 또 하나의 주요한 원인이 있다. 즉 과학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지성(知性)이 최고도로 계발(啓發)된 나머지 현대인은 모든 사물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을 필요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舊態依然)한 종교의 교리에는 그의 과학적인 해명이 전적으로 결여(缺如)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 내적인 진리와 외적인 진리가 서로 일치된 해명을 가지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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